가계 빚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는 지적에 대해 금융 당국은 늘 “단기간에 문제가 불거질 우려는 없다”고 공언해왔다.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이 빌린 돈이 대부분이라 당장 대규모 대출 부실과 금융회사들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는 없다는 얘기였다. 자칫 무리하게 관리하려다간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가계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금융 당국이 가계 빚의 총량보다는 질(質)과 증가 속도에 초점을 맞춰온 건 그래서다.

하지만 올 들어 다소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 폭은 3분기 2.1%로 급격히 늘었다. 당장 ‘큰불’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가계 빚 증가는 각종 정책이 중첩된 결과”라며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이 은행권으로 옮겨가고, 부동산 거래 증가와 동반한 것인 만큼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총량의 무게 자체가 경제를 짓누르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의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데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가 쪼그라드는 부작용이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823만원으로 한 해 전보다 18.1% 늘었다. 처분가능소득(3833만원)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9.1%에서 21.5%로 늘었다. 정인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가계의 소득이 늘지 않으면 빚 부담에 소비를 줄이면서 생기는 ‘부채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 빚과 침체된 경기 사이에 당국의 딜레마도 커지는 상황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주택금융 규제 완화 등의 효과로 대출은 즉각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경기 부양에 따라 소득이 늘어나는 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며 돈줄을 죌 가능성이 크..[원문보기]